그런데 흡연자 중 상당수가 부스 바깥에서 담배를 태우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. 이는 대부분 흡연부스가 `너구리굴이 따로 없다`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연기 배출 능력이 상당히 떨어지고, 역겨울 정도의 악취가 진동하기 때문. 2~3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한 흡연부스 이용률이 점차 떨어지다 보니 일각에선 벌써 `예산만 먹는 애물단지`라는 비난마저 받고 있다.
이러한 현실을 우연히 접한 오영록 수공아이엔씨 대표(54)는 대기업 공장에 공급하는 클린룸(청정실) 제조기술을 응용하면 흡연부스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.
클린룸은 공중의 미세먼지와 온·습도, 실내 압력 등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제어할 수 있는 방을 말한다.
20대 시절부터 맨손으로 다양한 기계를 만들 정도로 뛰어난 손기술을 가진 오 대표는 회사에서 몇 달 동안 쉬지 않고 이리저리 연구한 끝에 담배 연기가 금세 사라지는 것은 물론 냄새도 전혀 배지 않는 흡연부스를 개발했다. 국내 특허도 냈다.
실제 비흡연자인 기자가 경기도 화성시 무송공업단지에 있는 수공아이엔씨 입구에 있는 흡연부스(가로 4m×세로 3m×높이 2.2m)에 들어가 보니 직원 2명이 흡연 중인데도 냄새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.
오 대표는 "기존 흡연부스는 대부분 연기를 배출시키는 환풍 기능만 있어 문이 닫혀 있으면 환풍기만 뱅뱅 도는 진공 현상까지 발생해 흡연자도 꺼리는 애물단지가 됐다"고 꼬집었다.
그는 "전체 공기 중 70%는 재순환시키고 나머지 30%만 계속 깨끗한 공기로 교체해줌으로써 실내 공기를 늘 신선하고 쾌적한 상태로 유지시킨다"고 말했다.
수공아이엔씨가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서 흡연부스 내 유해가스 제거에 대한 성능평가를 받은 결과 유해물질은 20분 이내 대부분 제거됐고 일산화탄소는 10분 이내, 포름알데하이드는 20분 안에 98.9% 제거됐다. 흡연부스는 2~12인용까지 주문 제작할 수 있다.
[화성 = 민석기 기자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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